“드디어 기록의 밤(매출 신기록에 도전하는 밤)이 찾아왔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알리바바 본사 미디어센터. 10일 밤 11시 45분이 되자 가수와 사회자가 무대에 등장해 축제 분위기를 북돋았다. 전 세계에서 찾아 온 수백명의 기자들에게 묘한 흥분감이 밀려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곤두박칠친 올해에도 24시간 매출 신기록을 세울 것인가. 11일 0시가 됐다. 전 세계 주문 상황이 세계 지도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며 쇼핑이 시작됐다. 중국을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 동남아 등 각국에서 주문이 쇄도했다. 한국은 알리바바 이용자들의 해외 주문 순위에서 일본, 미국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넘어 세계 최대 쇼핑 축제로 자리잡은 중국 솽스이(11월 11일·광군제)가 11일 0시 시작됐다. 행사를 이끄는 알리바바는 이날 하루 자사 플랫폼으로 8억명이 접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보다 3억명가량 늘어난 수치다. 미중 무역전쟁과 감염병 사태 등으로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낮아졌지만 내수 잠재력은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 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알리바바는 솽스이 당일 1분 36초만에 판매액 100억 위안(약 1조6600억원)을 돌파했다. 매출 1000억 위안을 달성하는 데에도 1시간 3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24시간 판매액은 지난해보다 25.7% 급증한 2684억 위안에 달했다. 늘 그랬듯 올해 솽스이에서도 전년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언젠가부터 11월 11일은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광군제’로 불렸다. 솔로를 뜻하는 1이 네 개나 모인 날이다보니 1과 비슷한 ‘군’(棍·나무 몽둥이)을 가져온 뒤 아름답다는 뜻의 ‘광’(光)을 붙였다. 굳이 해석하자면 ‘빛이 나는 독신자들의 날’ 정도다.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만들어 낸 기념일이다. 이를 상업적으로 처음 활용한 업체는 알리바바다. 지난 2009년 ‘쇼핑으로 외로움을 달래야 한다’며 할인 판매를 시작한 것이 연례행사로 굳어졌다. 솽스이는 ‘스이’(11)가 두 번(雙)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말로는 ‘11·11’로 해석된다.
알리바바는 첫해 솽스이 행사에서 5200만 위안의 매출을 올렸다. 이제는 원조인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의 10배를 넘는 쇼핑 축제가 됐다. 이 축제는 알리바바가 만들었지만 경쟁업체들도 이에 질세라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여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경찰이 직접 TV에 나와 합리적 소비를 권하고 사기 판매에 주의하라고 경고한다. 이제 솽스이는 국가적 행사로 자리 잡았다.
올해 축제에는 중국 안팎에서 25만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새로 선보이는 신제품도 200만개에 달한다. 특히 이번 축제에서는 80만채에 달하는 아파트도 정가보다 최대 100만 위안 저렴한 가격에 나왔다. 그간 오프라인 판매 채널을 고수했던 샤넬, 디올, 프라다, 카르티에, 피아제, 발렌시아가 등도 올해 행사에 참여했다.
중국은 바이러스가 안정화된 뒤로 각종 경기부양 정책에 힘입어 여러 지표가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유독 소비는 기지개를 켜지 못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경제 기조를 ‘내수 확대’로 잡고 소비 진작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쇼핑 행사는 중국 정부의 경제 정책 성공 여부를 추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앞서 알리바바는 본 행사에 앞서 지난 1~3일을 ‘1차 판매 기간’으로 지정해 할인 축제를 사흘 더 연장했다. 11월 1일부터 이날 본 행사 30분 매출을 더한 금액은 3723억 위안에 달한다. 다만 올해 솽스이에서는 예년과 같은 실시간 매출 누적집계 현황은 공개하지 않았다.
글·사진 항저우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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